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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민주화의 산증인, 김근태 고문 영면

Posted By 마을활…  |  11-12-30 09:42

조회 1,38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2월 30일 오전 5시31분 김근태 님이 영면하셨습니다.
아름다운 그 삶을 이어나갈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마음의 빚으로 남는 무거운 아침입니다. 부디 편히 쉬시기를...

- 발인 : 2012년 1월 3일 오전(5일장)
- 빈소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
[이 게시물은 마을활…님에 의해 2015-09-14 15:14:33 정보공유에서 복사 됨]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마을활…  |  12-01-04 11:10

  답변

최명규 기자(민중의소리)가 보내온 메일입니다.

"故 김근태 상임고문을 방금 보내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좌충우돌 수습불가(?) 수습 딱지를 막 떼고 따끈따끈한 기자증을 받은 신입기자 최명규입니다. 수습 3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정기자가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인지 현실인지 잘 분간이 안 되고 얼떨떨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달력도 바뀌어 2012년이 됐습니다. 시간은 숨가쁘게 흐르고 있습니다.

벌써 작년이 됐습니다. 지난 12월 30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김근태 상임고문이 세상을 떠나던 병실 앞에 있었습니다.

29일 저녁에 김근태 상임고문이 누워있던 서울대학교 병원 중환자실로 향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김근태 상임고문이 그 간 얼마나 혹독한 고문과 그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진 세월을 이겨내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갔던 그에게 지고 있는 마음의 빚 또한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였습니다.

새벽 내내 평온했습니다. 하나의 시대는 조용히 숨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의식을 치루듯이, 그렇게 고요하게. 그리고 30일 새벽 5시 31분, 김근태 상임고문은 마지막 숨을 몰아쉰 다음 인재근 여사 등 가족들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한 시대가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민주주의를 밝히던 큰 별이 떨어졌습니다. 공허함과 상실감이 가슴 한 켠을 점유했습니다. 하지만 감정들은 조용히 뒤로 미뤄두어야 했습니다.

그 날 빈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김근태 상임고문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빈소를 찾았지만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가 2007년 한미 FTA를 반대하며 단식 투쟁을 하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올랐습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시간, 창밖에는 하얀 눈발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하늘도 김근태 상임고문이 가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듯합니다. 오전에 김근태 상임고문의 영결식이 있었습니다. 김근태 상임고문의 관이 명동성당에 도착하자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장사익 씨가 부른 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가슴을 울렸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먹먹해지는 가슴을 붙들고 영결식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는 그런 직업인 것 같습니다.

전태일 열사, 문익환 목사, 조영래 변호사, 제종철 열사 등 많은 민주열사가 잠들어 있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김근태 상임고문은 영면에 들어갔습니다. 편안히 쉬셨으면 합니다. 남은 일들은 남은 자들에게 맡기고요.

"2012년을 점령하라!" 그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새겨진 말입니다. 저도 민중의소리 신입기자로서 2012년을 점령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때보다 뜻깊게 새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최명규 기자(acrow@vop.co.kr)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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